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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2004) 인간관계의 본질 진실과 거짓 정체성과 자아

by healthypuppy 2024. 9. 13.

클로저 소개

마이크 니콜스가 감독하고 패트릭 마버의 연극을 바탕으로 한 클로저(2004)는 사랑, 진실, 자아 정체성의 불편한 면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영화는 네 사람, 댄, 앨리스, 애나, 래리의 얽힌 삶을 따라가며 사랑, 속임수, 그리고 혼란 속에서 스스로를 찾으려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복잡한 영화에서 세 가지 중요한 측면, 즉 인간관계의 본질, 진실과 거짓의, 그리고 정체성과 자아 탐색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인간관계의 본질

사랑은 흔히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마법 같은 끈으로 미화되곤 하지만, 클로저의 등장인물들은 관계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묘사하는 친밀함은 단순히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욕구, 두려움, 그리고 과거의 경험들이 그 관계 속에 녹아든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댄, 앨리스, 애나, 그리고 래리는 모두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그들의 동기는 순수한 사랑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들은 사랑보다는 인정받고 싶어 하거나, 위안을 찾거나, 때로는 관계를 통해 통제력을 행사하려고 합니다. 각각의 캐릭터는 서로 다른 것을 원합니다. 댄은 사랑이라는 개념에 매료되어 있지만, 정작 자신이 함께하는 사람에게 완전히 헌신하지 못합니다. 반면, 앨리스는 댄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과거에서 도망치고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려 합니다. 래리는 직설적이고 단순 명료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사랑 방식은 협력보다는 소유에 가깝습니다. 애나는 욕망과 자신의 선택에 따른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이러한 감정과 동기의 혼란은 이들의 관계가 동화 같은 사랑보다는 감정의 지뢰밭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 삶에서도 관계는 비슷한 패턴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각자 짊어진 짐, 기대, 그리고 불안감을 가지고 관계에 들어가며, 이는 필연적으로 파트너와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는 진정한 친밀함이 단순히 신체적 관계가 아닌, 감정적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것, 즉 타인이 우리를 진짜 모습으로 봐주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기심이 개입하면, 이 관계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으며, 클로저에서도 이를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진실과 거짓

정직은 흔히 모든 강한 관계의 기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실이 때로는 거짓보다 더 해로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진실을 두고 밀고 당기는 게임을 계속합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정직을 요구하면서도, 막상 그 진실이 드러났을 때는 감당하기 힘들어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됩니다: 솔직함이 관계를 파괴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정직한 것이 좋은가? 아니면 때때로 어떤 진실은 숨기는 것이 현명할까요? 래리가 애나와 그녀의 불륜에 대해 싸우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 중 하나입니다. 그는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스러운 모든 세부 사항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에게 진실을 아는 것은 감정적으로나 상황적으로 통제권을 얻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 진실은 그를 무너뜨립니다. 이 장면은 관계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때로는 명확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되찾기 위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래리는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배신감을 느낀 후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합니다.

반대로 앨리스처럼 진실을 숨기려는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영화 내내 그녀는 가짜 이름을 사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냅니다. 그녀에게 거짓말은 진정한 연결을 멀어지게 만들더라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이는 거짓말이 반드시 남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기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영화가 전개되면서, 그러한 거짓말들이 결국 진실만큼이나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클로저는 사랑에서 진실이 항상 최선의 선택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 답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만큼이나 복잡합니다.

정체성과 자아

클로저가 가장 흥미롭게 다루는 측면 중 하나는 관계 속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모든 등장인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앨리스가 가짜 이름을 사용한 것은 가장 뚜렷한 예시이지만, 모든 캐릭터는 비슷한 문제를 겪습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을 인정받고 싶거나, 혹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벗어나고자 합니다.

앨리스의 본명은 영화의 마지막에야 밝혀집니다. 이야기의 대부분 동안 그녀는 자신의 진짜 정체성이 아닌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그녀는 과거의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으며, 그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새로운 정체성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가면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결국 그녀가 진짜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앨리스의 여정이 단순한 타인에 대한 거짓말이 아닌, 자신을 향한 자기기만의 과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댄 역시 명확하지 않지만 중요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는 앨리스와 함께 있으면서도 애나를 끊임없이 쫓습니다. 이는 그가 사랑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없는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행동은 결국 그가 원하는 것이 사랑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드러냅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관계에서 자신의 불안감을 파트너에게 투영하여,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파트너에게 기대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래리와 애나의 정체성 문제도 더 미묘하지만, 그만큼 의미가 깊습니다. 래리의 거친 말투는 그가 통제에 대한 깊은 욕구를 감추고 있음을 나타내며, 애나의 갈등은 자신의 욕망과 도덕적 기준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네 명의 인물을 통해, 우리는 사랑과 관계가 우리의 자아를 얼마나 왜곡시키는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그 정체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